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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몇 번이나 받은 질문 “캡슐커피머쉰이 나을까, 그냥 커피머쉰이 나을까?”에 대한 긴 답변 :

지금 쓰고있는 세코의 전자동 커피머쉰은 5년 전에 10% 할인 받아서 135만원에 구입했었다. 그사이에 외관을 업그레이드해서 많이 이뻐진 모델이 나왔지만 정가가 딱 2배이고, 예전 모델도 여전히 파는 곳이 있는데 그것도 5년 전보다 10% 더 오른 가격(인터넷 최저가 기준)이고, 다른 브랜드의 전자동머쉰도 여전히 더 비싼 편이고 해서, 그때 40~80만원 정도 하던 반자동머쉰 대신 이걸 선택하길 정말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작고 귀엽고 저렴한 캡슐커피머쉰 광고를 자주 보게 되는데, 머쉰은 다양해지고 가격이 내려갔어도 캡슐 가격은 그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싸다. 5년 전과 비슷하다면 내려간 것과 다름없다고 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할땐 여전히 ‘비싼 수준’으로 느껴진다. 커피전문점에서 몇 천원하는 커피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그 가격이랑 비교해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버튼 한 번 눌러서 마실 수 있는거라 그런지, 가격 비교할 때는 커피전문점 메뉴판보다 인스턴트 스틱 커피 가격을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것 같지만.

암튼. ‘기계’는 보통 내 바램보다는 수명이 짧을 때가 많기에, 이미 5년이나 써먹은 커피머쉰을 얼마나 써먹은건지 계산을 좀 해봤다. 5년 2개월 전에 산 커피머쉰 가격에 그동안 샀던 원두 가격(보통 100그램당 6-7천원, 한달에 400그램 정도)을 더하고, 내가 보통 하루에 2잔 정도를 마시니까…… 계산하면, 그간 내가 마신 커피 1잔에 800원 정도라는 결과.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하고, 요즘 저렴한 캡슐이 이정도 가격이니까, 이 머쉰을 최소 1-2년은 더 써야겠다 싶기도 한, 그런 수준. 가격적인 면에서는 길게 쓴다고 생각하면 캡슐보다는 일반 원두를 쓰는 머쉰을 권하고 싶다. 초기 비용이 좀 들겠지만 매번 사야하는 원두 값은 훨씬 쌀테고, 캡슐이나 파드도 표준화가 안되어있어서 특정 브랜드만 마셔야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그냥 원하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실 캡슐이나 파드를 쓰지않는 전자동 커피머쉰 중 가정용으로 적당한 사이즈의 제품은 흔치도 않은데, 가격대도 20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일러가 들어가는 기계라서 고장도 잘 날거 같은 기계가 고가에, 수입가전이라 AS도 걱정되고 하니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다. 나도 AS를 요청할 일이 딱 한 번 있었는데, 평일 낮에만 가능하다는 것 외에는 서비스도 괜찮았고, 더 다행인건 고장이 한 번 밖에 안났다는 것이고 그것도 부품 하나 교체로 해결되었다는 점. 생소한 브랜드가 아니라면 제조사들이 커피전문점에 팔아치운 머쉰들 AS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보다 안심하고 싶다면, JURA처럼 국내 공식 AS센터가 여러 개 있는 브랜드도 있다.)


5-6년 전부터 쓰고있는 오디오. 전원코드 하나면 되는 심플함과 작은 사이즈, 딱히 불평할 이유 없는 사운드, 상당한 혹사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버텨주는 픽업렌즈까지 - 다 좋은데, 가끔, 이미 들어간 CD를 돌려주지 않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럴 때는 eject 버튼을 자꾸 누르다 보면 CD를 잘 읽지도 못해서 픽업렌즈 문제인가 하고 AS를 보내면 그때마다 렌즈는 멀쩡한데, 내부에 먼지가 쌓여서 CD를 밀어내는 롤러에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했다. 뒤쪽 상단의 빗살무늬 홀로 스며드는 먼지 때문이라는 거.

먼지는 아무리 청소해도 매일매일 생기는 건데… 이번에 친구가 이런 커버를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난 대강의 모양과 사이즈만 알려주고 친구가 만든건데 사이즈가 맞는지 사진 찍어 보내라길래, 얼마나 딱맞게 만드셨는지 보여주려고 찍었다. 

내게 이런걸 뚝딱 만들줄 아는 친구도 있다는게 어찌나 신기한지.

5-6년 전부터 쓰고있는 오디오. 전원코드 하나면 되는 심플함과 작은 사이즈, 딱히 불평할 이유 없는 사운드, 상당한 혹사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버텨주는 픽업렌즈까지 - 다 좋은데, 가끔, 이미 들어간 CD를 돌려주지 않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럴 때는 eject 버튼을 자꾸 누르다 보면 CD를 잘 읽지도 못해서 픽업렌즈 문제인가 하고 AS를 보내면 그때마다 렌즈는 멀쩡한데, 내부에 먼지가 쌓여서 CD를 밀어내는 롤러에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했다. 뒤쪽 상단의 빗살무늬 홀로 스며드는 먼지 때문이라는 거.

먼지는 아무리 청소해도 매일매일 생기는 건데… 이번에 친구가 이런 커버를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난 대강의 모양과 사이즈만 알려주고 친구가 만든건데 사이즈가 맞는지 사진 찍어 보내라길래, 얼마나 딱맞게 만드셨는지 보여주려고 찍었다. 

내게 이런걸 뚝딱 만들줄 아는 친구도 있다는게 어찌나 신기한지.



11월 18일 오후 마요르카섬 Nix Palace. 비수기라 그런지, 주니어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줬는데, 비치체어 2개와 4인용 테이블 세트를 놓고도 넓직하던 테라스.  

역시 11월의 방문객은 적은가보다 했지만 아침에 보니 제법 이른 시각부터 식당이 가득 찰 정도로 손님이 많긴 했었는데.(역시 독일인들 잔뜩~)

그러고보니, 눈부신 바다와 햇살이 가득 내려다보여서 계절상 분명 겨울임에도 실내에만 있으면 휴양지 리조트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이곳 레스토랑에선, 아침 9시에 Radiohead가 낮게 흐르고 있었다. 아 이거 참, 너무 안어울리는거 아닌가 싶다가도, 톰요크의 오래전 목소리가(ok computer 시절의) 묘하게 어울리는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낯설은 조합이라 오래 기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우.. 저 햇살.. 낮이면 선글라스가 무색하게도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던, 저 햇살.


결혼 행사라는 관습

시사IN에 “결혼, 이래도 됩니까”라는 기사를 쓴 허지웅 기자처럼, 나도 최근 결혼이라는 ‘행사’를 치르면서 몇 달간 이래저래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참 많이 겪어야 했다. 우린 거의, 상견례부터 식후의 각종 절차들까지 가급적 양쪽 집안 어른들의 의견대로 따라서, 생략하자 하는 것은 생략하고 하자는 것도 하자고 하시는 대로 따른 편이다. 그러니까 딱히 우리 고집을 내세운 적이 없어서, 기자가 대표적으로 꼽은 “원래 그렇게 한다”나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다” 같은 언급은 종종 듣긴 했지만 그로 인해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했던건 그저 끊임없는 인내와 입조심, 표정조심이었고 그게 잘 안될 때도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로 인해 우리 역시 관습적인 결혼 행사라는, 그 판에 박힌 과정을 몇 달간 이수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당연시된다는 수준의 돈이나 현물로 예단을 하는 대신 훨씬 보잘것 없는 금액으로 몇 가지 실용적인 선물을 드리고, 당사자들이 서로 가진 돈을 합쳐 작은 예물을 나누고 혼수도 같이 준비하는 등, 따지고 보면 안한 것도, 간단히 한 것도 적지 않지만, 죄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걸까”로 가득한 ‘결혼 관습’의 틀 안에서 그 정도의 ‘권리찾기’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겨우 끝내고(엄밀히 따지면 아직 안끝난 것도 같지만), 이번 주에는 처음으로 시댁 제사에 참가했다.(저녁 퇴근 후에, 이미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태에 도착했기 때문에 그냥 ‘참가했다’고 해둔다.) 집집마다 방식이 다르다 해도, 아버지가 장손이시라 집에서 제사를 지내다 보니 어릴적부터 제사 관습에는 익숙한 편이다. 여기서 익숙하다고 하는 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제사라는 걸 지낸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제사라는 집안 행사로 인해 생기는 가족 구성원 내 입장 차이라든가 사고방식의 차이, 그로 인한 갈등과 해결 과정 같은 것.

하여간.. 그날 자정 가까운 시각에 지낸다는 제사를 기다리며 생각해보니, 어릴적부터 보아온 제사가 결혼보다는 그나마 유연한 관습이 아닌가 싶었다. 먼저, 한 집안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양쪽 집안의 의견을 조율하는 결혼보다는 합의가 더 쉽다는 장점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매주말 틀에 박힌 식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결혼식에 비해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띄는 것 같다. 또한,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 등으로 인해 집안 내 주관자가 바뀌는 것도 그 집안의 제사 관습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족 구성원이 세대 교체를 하듯 제사 관습도 따라서 세대 교체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한 세대의 교체가 수십 년이긴 하지만, 제사는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난감한 부분들을 천천히라도 수정해가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결혼은 세부적인 룰을 실행할 때의 금액이나 물품의 종류만 조금씩 바꿀 뿐, 룰 자체는 거의 수정되지 않는게 아닌가 싶다. 수많은 룰을 얼마만큼 지키고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도 양쪽 집안이 관여하다 보니 조율이 쉽지 않아서, 오히려 ‘심플’해지기 위해 그 복잡다단한 룰을 다 지키는 경우도 흔한 것 같고.

휴.. 따지다 보면 한숨 밖에 안나는 문제들인데… 생각해보니 우리 커플은 평균치에 비해 결혼이 늦은 편이라, 우리 자녀가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즈음엔 우리가 우리 윗세대의 눈치를 좀 덜 보거나 안보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그나마 다행이지, 하기로 했다. 우리 결혼은 우리 뜻대로 하지 못했어도, 우리 자녀의 결혼은 관습적인 결혼 행사가 아니라 ‘자기들 뜻대로의 결혼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말이다…



하코다테에선 비가 내리거나 뜨겁고강한 바람이 불거나 하는 악조건으로 폰에 남은 사진이 적네. 여기는 수산물 많이 파는 시장. 중간에 큰 수조에 이곳 명물이라는 오징어를 풀어놓고 손님이 낚시로 잡으면 회를 떠주는 집이 있었는데, 친절한 아줌마 덕분인지 나름 재밌어서인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한 마리씩 낚아올리고 있었다. 싱싱한 게도 많았지만 여기선 그렇게 오징어회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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